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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유] 귀신을 보며 산다는 지인…

이사람을 만나면서(?) 아니 이사람이 귀신을 본다는걸 알게 되면서 느낀 거지만 세상에는 귀신을 보면서도 그걸 겉으로 드러내지 않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겠구나 하고 느꼈습니다.

이사람은 오래전부터 알고 지내던 사람인데 나중에야 제게 귀신을 본다고 커밍아웃 을 한 것이니까요.

그 선배는 그냥 정상인입니다. 왜 귀신 본다는 사람들 하면 흔히 떠올리기 쉬운 음침 하고 뭔가 괴이한 영험함 같은 것이 떠오르고… 그런거 아닙니다.

그냥 잘 웃고 떠들고 다른 사람이랑 똑~같은 모습을 보여왔던 사람이라 나중에 그가 자기가 귀신을 본다고 할 때 처음엔 장난치는 줄 알았습니다.

더구나 그냥 술자리에서 뭐 대단한 일 말하는 것도 아닌 마냥 이런저런 이야기 하다가 ‘나 귀신보잖아~’ 하고 대수롭지 않게 슥 지나가는 식으로 말했거든요.

하지만 말해보니 이게 허투가 아닌걸 알고 이것저것 물어보니 그냥 특별한 취급 받는거 귀찮을거 같아서 말안하고 산다고 하더군요. 어릴때부터 그냥 쭉 봐왔답니다.

아주 어릴때부터 사람들 속에 그냥 자연스레 섞여 있는 귀신을 보면서 커왔기에 그냥 세상은 원래 그런줄 알았고 다들 그런걸 받아들이며 사는줄 알았다고 합니다.

물론 조금씩 커가면서 주위 부모님들이 자기 눈에는 안보이는걸 어린아들이 이상한 소리 하니까 타이르기도 하고 걱정도 하고 그러는걸 보면서 차차 자신은 다른 세상을 보고 있으며 남들과 자신의 차이점을 알게 되었고 더이상 귀신에 대해서는 언급 안하게 되었다고..

어릴때부터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오던 풍경이니 귀신들이 여기저기 있는걸 봐도 그냥 아무렇지도 않답니다. 왜 TV 에서 퇴마사들이 그냥 배경 설명하듯이 ‘어머 저기도 하나 있네 쟤좀봐 우리 보고 손짓하며 오라네’ 하며 웃고 그러는 것마냥 아무렇지도 않은 것이죠.

그의 말에 의하면 귀신들은 어디든 있답니다. 아무 의미 없어 보이는 곳에서 혼자 돌아다니고 있기도 하고 괜시리 같은 행동을 반복하고 있기도 하고… 즉 귀신들은 ‘아무 의미 없어보이는 짓을 하는’ 것이 제일 큰 특징이라고.

자기 의견에 의하면 식스센스에 나온 유령들이 나름대로 자기가 보는 귀신들의 느낌을 잘 표현했다고 합니다. 식스센스 보면 뜬금없이 총맞아 죽은 소년이 이리 와보라고 아빠가 숨겨놓은 총 보여준다고 하는 거나 괜히 사고나 죽은 사람이 차 옆에서 슥 들여다보고 간다든가..

즉 아무 목적성 없고 어떤 특정 행동을 반복 하거나 하는 등 귀신 자체가 애초에 생물이 아니라서 그런지 진짜 아~무 이유없는 존재들이라 느껴진답니다.

그 선배의 말에 호기심이 생겨서 그럼 여기저기 지금 귀신들이 있느냐 물어보니 둘러보더니 이 술집안엔 없다고 했습니다.

거기서 술먹고 제 원룸으로 함께 가는데 가다가 선배가 ‘저기 하나 있고~’ 하더군요. 어디서 쓰던 건지는 모르겠지만 오래된 중형 버스 한대가 몇년째 항상 그곳에 놓여 있었는데 그 안에 귀신이 하나 있답니다.

가다가 여기 저기 가리키며 귀신 있다고 하는데 이건 뭐 믿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그러다가 갑자기 선배가 어떤 아파트 앞으로 슥슥 다가갑니다? 그러더니 그곳 1층 베란다 앞의 화단쪽에 서서는 고개를 90도 치켜든 채 위를 똑바로 바라봅니다.

괴이한 행동에 약간 서늘함을 느끼며 선배 왜그러냐고 다가갔더니 선배가 가만 있어보라고 히죽 웃었습니다. 갑자기 그러니 좀 다른 사람처럼 느껴지는…

그러더니 좀 있다가 갑자기 기분 나빠진 양 비켜나서는 가자고 합니다.

물어보니 아파트를 가리키며 ‘아니 아까부터 어떤 귀신 하나가 계속 층계를 막 뛰어올라가서 옥상으로 올라가는 거야 그리고 거기서 떨어지더라구 땅에 닿기 전에 뚝 사라져서는 다시 옥상으로 올라가고 또 떨어지고… 그 모양새 가 하도 한심하고 웃겨서 한번 장난 쳐보려고 그놈 떨어지는 자리에서 얼굴 맞대고 기다려 본거야 근데 이놈이 내 얼굴 위로 떨어졌는데 괜히 한거 같다 기분 잡쳤어’ 라고 투덜대더군요.

갑자기 저도 좀 기분이 나빠져서 ‘아니 그럼 그 귀신은 뭐 저 10층 넘는 아파 트를 초스피드로 계단 뛰어올라가는거네요?’ 하고 억지로 웃으니 ‘그렇지 인간의 속도가 아니지 옥상까지 10초도 안되어 올라간다 야’ 하고 건성으로 대답하더군요.

갑자기 아파트의 불켜진 중간계단 창으로 보이는 계단으로 귀신이 엄청난 스피드로 한층 한층 올라가는 상상을 하니 기분나빠져서 걸음을 재촉했죠. 그 아파트에서 정말 투신한 사건이라도 있었을까 궁금하기도 하고..

원룸에 와서 사온 술을 함께 마셨지만 더이상 귀신 이야기는 안꺼냈습니다. 괜시리 ‘니 방에도 있다 야’ 하고 말하면 큰일이니까요. 차라리 모르고 사는 편이 낫지… ㅡ,.ㅡ

이후에도 종종 그 선배로부터 귀신 이야기를 들으며 느꼈지만 귀신은 진짜 어디에든 아~무 이유없이 (혹은 거기에 있는 이유를 우리가 알지 못하는 것이든) 있다 그리고 아~무 이유없어 보이는 행동을 하고 있다

얘들은 애초에 깊은 생각 사고 그런 것이 없는 존재들이라 그럴 수밖에 없으며 인간적인 감정이나 사고방식 등을 바라는 자체가 무의미하다 어떤 특화된 감정 이나 목적 (원한이라든가 그런) 등 한쪽으로 치우친 특성이 강한 귀신은 있을 수 있으나 그들 역시 그 강한 한가지 감정 빼고나면 아무것도 아닌 껍데기다.

자신이 귀신들이 보인다고 해서 거기에 신경을 안쓰는 이유 역시 그들에게 관심 보이고 반응을 바란다는 것은 마치 벌레에게 대화를 걸며 내 대화에 맞춤반응을 해주길 바라는 것과 마찬가지다.

벌레는 건드리면 꿈틀 하는 등의 단순 반응은 기대할 수 있지만 내 말에 따라 그 말을 듣고 판단해서 다른 반응을 보인다든가 그런건 기대할 수 없지않느냐.

예를 들어 어떤 귀신이 있다고 하면 ‘저리가!’ 라는 등의 단순한 것에는 반응할 수 있지만 ‘우리 어머니 정말 불쌍한 분이야 이분이 아프면 우리 식구 굶어죽어야 해 우리가 불쌍하지도 않니 어머닐 놓아줘’ 라는 식으로 호소하니 귀신이 그 말을 듣고 생각해 보니 마음이 아파져서 가야겠다고 판단하고 가버렸다.. 이런 반응은 어림없다는 것이죠. 그만큼 단순한 존재들이라는 것입니다.

왜 굿같은거 할 때나 그럴때 기도하는거 보면 막 한탄도 하고 주절주절 귀신에게 이러이러하니 어찌어찌 해달라 라고 호소하기도 하고 그러지만 결국 귀신의 반응은 거두절미하고 그 굿판의 사람들의 공통된 목적과 소원 즉 ‘이제 가라’ 라는 것에 반응하는 것이지 앞에 엉엉 울면서 불쌍하게 보이며 기도하고 사정 설명하고 그러는 것에 반응하는건 아니라는 것이죠.

즉 그런 행사는 여러 사람의 강렬한 염원을 모아 강력하게 귀신에게 어필하는 자리인거죠.

자기가 귀신을 보더라도 그냥 아무렇지도 않게 무관심하면 귀신들도 그냥 그 상태로 멍청~하게 자기 의미없는 행동이나 반복하고 있게 마련이랍니다.

선배가 귀신을 본다는 것은 귀신의 존재여부를 떠나 (그 선배의 머리속에만 있는 것일수도 있으니) 일단 사실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다만 선배는 귀신을 어릴때부터 봐서 생활의 일부로 받아들이기에 그냥 보고서 아무렇지도 않고 무관심할수도 있고 해서 저런 입장으로 이야기했지만 귀신을 안보다가 본 사람이 귀신에 계속 시달리기 쉬운 것이 일반적으로 처음 귀신을 봤을 때 느끼는 그 강렬한 공포 등의 반응 때문 에 귀신이 그에 반응해 반복해 그사람에게 보이는 셈인것 같습니다.

선배 말로는 무관심하면 귀신에게 시달릴 일은 없다 라고 했습니다. 그냥 멍~하니 의미없는 행동을 하던 귀신이 누군가 자기를 알아보고 날카롭게 반응하면 거기에 이끌려 반응할 수 있다는 셈이죠.

뭐 어쨌든 아마 세상에는 그리고 우리 주변에는 저렇게 귀신을 아무렇지도 않게 보고 사는 사람들 의외로 많을지도 모릅니다. 다만 귀찮고 쓸데없어서 말을 안하는 것 뿐이겠죠 저 선배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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